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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마당

대인의 풍도

.박대통령과 신현확 부총리는 사이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서로 존경하고 좋아하면서도 정책적으로는 수시로 대립하고

긴장관계를 형성한다. 신 부총리는 워낙 강직하고 소신이 분명한

사람이라 대통령 앞이라고 숙이고 들어가는 법이 없었다.

둘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은 것은 의견대립 속에서도

서로 양보하고 자제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부총리는 그것을 ‘대인의 풍도’라고 했다.

자신이 해임한 정제석씨를 경제기획원 차관으로 임명하겠다고

했을 때 대통령은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이승만 대통령도 그런 ‘대인의 풍도’를 지닌 사람이었다.

자신이 두번이나 파면한 박종식 씨를 차관으로 쓰겠다고 하는 데도

상대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되면 서슴없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야지”

이 대통령은 굵직굵직한 국가의 기본방침만 직접 관장했고,

세부적인 일은 아랫사람에게 맡겼다.


 대통령은 새파랗게 어린 장관이 “이사람은 각하께서 두 번 파면한

사람입니다.” 라는 도전적인 말로 설명을 시작하는데도 건방지다고

타박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사실’ 그 자체에만 집중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결정했다.   십수년 동안 권력의 정점에 서 있었던 사람이 그런

태도를 보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지금 같으면 어림없는 일”

라고 말했다.


 1980년 대 이후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인사를 보면서 한탄하듯

말했다.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은 차관 이하 인사는 다

 장관에게 맡겼어.  장관이 서기관 승진부터 차관까지 인사권을

 확실하게 행사한 거야. 그래야 令영이 서거든. 밑의 공무원들도

 장관한테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는 거란

 말이야.  그 대신, 밑에서 잘못이 있으면 장관이 함께 책임지는 거지.

 그런데 전두환 정권부터는 모든게 거꾸로 가고 있어.

 장관도 모르는 사이에 대통령이 차관을 임명해버려.

 심지어 장관 비서관까지 청와대에서 임명한다니까.

 남의 비서관을 임명한다는 것은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 아니야?

 어느 나라에도 그런 법은 없어.  그리고 자기가 군에서 데리고

 있던 사람들을 다 요직에 앉히는 것도 난 좋다고 생각 안 해

 나는 그런 식으로 해 본 일이 없어.  부흥부 차관이 됐을 때

 상공부 사람 아무도 데리고 가지 않았고.  보사부나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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