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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회장과 대북사업

회장이 현대건설에 입사할 당시 현대건설은 직원 80여 명과 외형이 8억여 원이었다. 그 후 회사를 떠나기까지 27년 간 鄭周永 회장과 함께 직원 168000여 명, 외형 50조여 원에 이르는 현대그룹의 신화를 만든 회장이 지금 현대를 보는 심정은 남다를 것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오늘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는 회장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별개의 문제라고 그는 입을 다물었다

 

 

회장에게 있어 對北사업은 처음에는 분명 비즈니스였습니다. 그러나 말년에 와서 기업활동 아닌 통일역군의 모습으로 변했는데 그것은 이미 기업에서는 완전히 은퇴했으니 사업가적인 마인드를 넘어서서 일생의 마지막 기여를 민족의 제단에 바치겠다는 열정으로 그리 된 것이겠지요. 그것은 고도의 정신적 신념이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 평가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회장은 對北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에 대해서는 현대가 번 돈 중에서 쓴다는 안이한 판단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활동에서 번 돈을 그냥 두면 세금으로 다 나가고 말 걸 차라리 對北사업이라는 명분 있는 일에 투입하겠다는 통 큰 결단이었겠지요. 다만 그 뒤에서 치밀하게 계산하여 전체 기업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회장이 해야 할 일이 아니고 기업을 맡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했어야지요
 
  對北사업에 투입한 자금이 현대의 발목을 잡을 정도로 막대한 규모였을까요.
 
  회장은 낙관일변도의 시각으로 對北사업에 투입된 자금 자체는 별것이 아니라고 보았을 것입니다. 엄밀하게 보아 對北사업도 현대 부실의 원인 중의 하나였지만 현대 부실의 첫째 이유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그 중에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경우 금강산 가는 길만 열리면 우리나라 사람들 전체가 아니가고 못 배길 것이라고 안이한 판단을 한 것이 커다란 실수이고, 이 실수가 그룹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현대가 휘청거려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내가 걱정했던 것은 건설을 비롯한 주력기업을 맡아 분리된 현대그룹의 총수가 된 MH(몽헌)가 너무 많은 시간을 對北사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건설회사는 국내외에 수십, 수백 개의 사업장을 벌여놓고 있는데 현장이 200개면 제조업으로 치면 공장 200개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제조업의 공장은 일단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관리가 쉬워지지만 건설현장은 늘 새로운 상황이 생겨나고, 상황에 따라서는 최고 경영진이 즉각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이 발생합니다. 특히 해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보고 라인이 정상으로 가동되고 있어도 시차 때문에 차질이 생기는데 최고 경영진이 북한에 들어가서 며칠이고 연락이 되지 않는 사태가 자주 발생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