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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YS회고록

1230일 나는 김태정 검찰총장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했다. 김태정 총장은 김대중 당선자의 비자금 수사 문제를 내게 보고했다
  
  김태정 총장은 이 자리에서 뜻밖의 말을 했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 김대중 당선자가 자신을 불러 김대중씨 자신의 비자금 수사에 대해 나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깨끗하게 처리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었다. 비자금을 무혐의로 처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신한국당의 김대중씨 비자금 폭로 이후 나는 이회창씨가 어떻게 그런 자료를 입수하게 되었는지 조사해 보았다. 알고 보니 배재욱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나도 모르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이회창씨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1993812일 실시된 금융실명제는 모든 금융거래에 실명거래 의무를 부과하는 동시에, 비실명금융자산에 대해서도 실명화를 압박하는 몇 가지 조치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2개월간의 실명전환 의무기간 중 실명전환되는 거액의 자산에 대해서도 자금출처조사가 규정되었고, 기간 경과 후에 전환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과징금과 높은 세율이 추가로 부과되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실명전환 의무기간을 넘겨서도 실명전환을 하지 않는 가·차명 계좌의 뭉칫돈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이 뭉칫돈들도 결국 계좌에서 인출 혹은 이동 등 움직임이 있을 경우에는 소유주가 드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노태우 부정축재 사건도 실명제의 이러한 위력 때문에 진상이 밝혀질 수 있었고, 김대중씨의 비자금 역시 이 과정에서 관계기관에 축적된 자료에 의해 드러날 수 밖에 없었다. 이회창 총재가 폭로한 자료는 배재욱 비서관이 갖고 있던 이 자료들 중의 일부였다.
 
  퇴임을 앞둔 1998220일 오후 330분 나는 청와대 집무실에서 마지막으로 김태정 검찰총장의 보고를 받았다  김대중 당선자의 부탁대로 깨끗하게 처리했습니다
 
  김태정 총장은 이렇게 보고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던 궤변과 같이 대통령에 당선된 김대중씨의 비자금 수사는 그의 지시대로 깨끗하게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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