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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마당

지도자 만들어 내는 3층 서기실

2005년 7월21일자 연합뉴스 기사에

‘리용호 대사 일행 단체로 골프 입문, 전원 왕초보로 기초 레슨에 구슬 땀’

보도대로 이 때 처음 골프를 배웠다.  리용호 대사가 제안했다.

현지 교민 프로골퍼의 지도로 레슨을 받았다.  어느 정도 재미를 느껴

가던 무렵, 외무성에서 긴급확인지시문이 내려왔다.


‘당신들 골프치러 다닌다던데 사실인가, 그것도 남조선 괴뢰에게 배운다고,

정말인가. 사실이면 즉시 보고하라.”  

어쩔 수 없이 이실직고하는 수 밖에 없어 외무성에 비판서를 올렸다.

“외교관 생활을 하다 보니 골프를 모르고서는 사교 관계를 도모할 수

없어 배우게 되었으며 레슨을 받을 곳이 없어 찾다 보니 영국 국적의

남조선인에게 배우게 되었읍니다.  죽을 죄를 지었으니 용서해 달라”


다행히 잘 무마되긴 했지만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연합뉴스 대목 가운데 이 대목이 김정일의 분노를 

자아냈다고 한다.

“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대미 전문가인 리대사의 

아버지는 김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리명제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이다.”


   리명제는 김정일을 코밑에서 보좌하는 3충 서기실의 서기실장이었다.

북한을 움직이는 실세중의 실세였다.  그런 인물의 이름과 인적사항이

한국 언론에 보도됐으니 김정일이 노발대발한 것이다.


노동당 39호실은 한국에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노동당의 

재정경리부인데 외화 획득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한편 리 명제가 한 때 실장으로 있던 3층 서기실은 북한 주민들도 잘

모르는 조직이다.  서기실이 3층 규모의 건물을 쓰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으로 치면 당 중앙 청사는 청와대이고 3층 서기실은 

대통령 비서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2015년 김정철이 에릭 클렙튼 공연을 보기 위해 런던에 왔을 때

3층 서기실 사람들이 수행했다.  그 때 만난 장룡식은 러시아

차이코프스키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만수대예술단 지휘자로 활동한

음악가다.  이런 인물이 왜 3층 서기실 소속일까.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김정일이 어느 음악단에 가서

‘이 가곡은 악기 구성은 이러이러하니 이렇게 고쳐보라’고 현지 지도를

했다.  3층 서기실로부터 사전에 예습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단원들은

‘어떻게 저런 것까지 아실까’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북한은 김씨 가문이라는 ‘신’과 여러 하부 조직 사이의 종적 체계만

존재하는 사회다.  횡적 체계가 거의 없다. 부처 간 협의가 북한에는 없다..

하부 조직에서 올라오면서 단계는 거치겠지만 오로지 김정일에게 직보

하는 구조다.  국제부는 국제부대로 외무성은 외무성대로 따로 보고한다.

외무성의 보고는 외무성 밖으로 유출돼서는 안된다. 보안이 철저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가 김정일을 ‘신과 같은 존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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