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신을 알게되다
2008년 12월이 되어서야 나는 성당을 방문한다.
홀리가 강림절의 두 번째 일요일에 봉사를 하라고 나를 설득했다.
마이클 설리번이 그날 의식을 거행했는데, 내게로 와서 강람절 화환의
두번째 촛불을 켜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그냥 해본다.
일어나 황동폴을 짚고 의외로 쉽게 걸어갔다.
육체를 벗어나 있던 시간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상태인데,
예전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던 이곳에서
아름다운 장식들과 음악이 그때의 기억들을 한꺼번에 다시 떠오르게 한다.
베이스 노트의 강한 리듬을 들어니 지렁이 시야의 세계에서 힘들었던
역경이 연상되었다. 스테인드 글라스 창의 구름과 천사들을 보니
아름다운 천상 같았던 관문의 광경이 보인다. 제자들과 빵을 나눠 먹고
있는 예수의 모습을 그린 그림에서는 중심근원에서 경험한 영적 교감이
떠올랐다. 그 때 맛보았던 조건없는 무한한 사랑과 은총이 다시 생각나자
온 몸이 떨려왔다.
마침내 나는 종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적어도 그것이 표방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신을 믿게 되었다기 보다는, 신을 알게 되었다.
영성체를 받기 위해 절뚝이며 재단으로 가는 동안,
내 뺨 위로는 눈믈이 흘러내렸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만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어디에도 없다고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